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오면서, 활력과 에너지를 공급하고, 통증과 괴로움을 잊게 해주고, 축제와 제식 때 없어서는 안 될 위치를 유지해왔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유교적인 조직문화로 인하여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다지기 위해 좋건 싫건 서로 취함을 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수직적인 권력 구조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풍류에 합류하지 않는 건 크나큰 결례가 되었기에 술에 취한다는 것은 사회인이 된다는 것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언젠가 자신도 술에 취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전제가 무의식에 깔려있기에 술 문제에 관대한 사회가 된 것이다.



난 애주가인데?
물론 ‘번듯한 직장과 인간관계를 가진 나는 단지 술자리를 좋아할 뿐이니까’라고 안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잦은 음주는 분명 우리의 뇌에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인간의 동기를 이끌어내는쾌락 중추인 ‘대뇌 보상회로’에 변화가 생겨 나중에는 술 외의 다른 보상물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이미 술의 포로가 된 것이다. 따라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대부분이 자신의 중독 문제를 인식을 못 하고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으므로 애주가라면 그 누구도 방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음의 항목에 한 가지라도 '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더욱 조심하자.

V 음주 후 수일 내에는 술을 피한다.
V 술 마신 다음 날,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놓치지 않는다.
V 언제라도 장기간 술을 중단할 수 있다.
V 해장술을 마시지 않는다.
V 수면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지 않는다.
V 만취해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절주를 위한 실천 팁!
만약 자신이 위에서 나열된 항목에 모두 '네'라고 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실천해보자 1. 술을 자제하기 위한 나만의 이유를 찾는다.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나 미용을 위해서 혹은 내 시간이나 돈을 아끼기 위해서 어떤 것이든 좋다.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실천에 옮길 수 있다. 장단점 대조표를 만들어 이유를 분명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술을 대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다. 알코올 의존자는 술 외에는 다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더욱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운동이나 음악, 공예와 같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계발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술과 멀어질 수 있다. 친구와 커피 한 잔의 대화를 통한 즐거움도 술자리 못지않게 훌륭한 사교 활동이 될 수 있다.
3. 절주를 선언하고 음주일지를 작성한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떤 것이든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달에 몇 차례 이내로만 술을 마실 것이라고 선언하면 의지력을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 술을 마신 날은 달력이나 다이어리에 주종별로 마신 양을 기록하여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4. 꼭 필요한 술자리가 아니라면 피한다. 음주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술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신 건지 좋아서 술자리를 찾게 된 것인지 구분을 못 하게 된다. 내가 꼭 가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주저 없이 거절하자.



그래도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절대 만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다. 만취는 반복성이 강해지는 습관이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반복되다 보면 큰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술을 마실 때 물을 충분히 마시면 술을 덜 마시게 되고 취기를 줄일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한 절주 방법이다. 주변인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따라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나만 잔을 비웠다고 서운할 이유는 전혀 없다. 원샷을 하지 않고 폭탄주가 없다고 술자리의 재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빨리 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알코올 의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자신의 주량을 알고 매 잔마다 마신 양을 체크한다. 실천하기 어렵지만 음주량 조절에 실패하여 다음날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하다. 스마트폰 어플이나 메모장에 한 잔 마실 때마다 기록하며 방심하지 말지어다.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개인의 의지로 절주가 어렵다면 이미 의존 상태에 있다는 신호이다. 이 경우 반드시 전문가에게 조언과 도움을 요청하자. 치료는 단주를 목표로 하며 인지 치료, 정신치료와 같은 상담치료와 아캄프로세이트, 날트렉손과 같은 항갈망제를 복용하는 것이 술을 끊는 데 도움이 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신재호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